업사이클링 공간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
기술의 발달과 진화는 현대 사회에 편리함과 발전을 가져다주고, 양질의 삶을 살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급격히 맞이한 이러한 발전들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안겨준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양의 환경 폐기물과 쓰레기가 발생하고, 각종 산업 오염 물질들은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요인들로 문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친환경 디자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 등의 주제로 예술, 디자인, 제품, 건축 등의 분야들이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중 업사이클링 공간은 1990년대 산업구조 변화로 장시간 방치된 건물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던 유럽 지역에서 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2000년대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예술, 수공예, 공간 등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업사이클링 공간의 개념을 정의하다.
공간 업사이클링의 개념 정립을 위해 먼저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의 개념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리사이클링은 사전적 의미로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자재에서 가공한 1차 생산물을 한번 사용하고 난 뒤 재처리 과정을 거쳐 본래의 용도, 혹은 다른 용도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으로 설명된다. 리사이클링의 개념을 공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존의 형태를 구조적, 기능적, 미관적으로 변경 · 개조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의 상위 호환 개념으로서 ‘Upgrade(개선하다, 높이다)’와 ‘Recycle(재활용하다)’는 뜻이 합쳐진 합성어로써 기존의 물품에 아이디어, 디자인 등의 가치를 더해 더 나은 품질이다 새로운 가치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 용어는 1994년 라이너 필츠(Reiner Pilz)가 버려지고 오래된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의미부여를 통해 공식적으로 기재되었다.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공간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활용성이 낮아진 건축물 또는 지역이 장소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능과 용도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유휴공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거의 필요와 기준에 의해 건립된 지어진(built) 기존의 공간이 그 수명과 역할을 다하고 현재의 필요한 맥락과 기준에 의해 새로운 기능을 얻고 재탄생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서울시에서도 포화된 지역 사회에서 새로운 구축보다는 도시 재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공간 업사이클링 활용이 확산되는데 버려진 창고, 공장, 전통 가옥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되거나 오래된 목욕탕 같은 노후한 시설이 브랜드 공간의 론칭을 위한 콘셉트 스토어, 팝업스토어 등으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구축된다.
유휴공간을 다른 용도로 재활용한다.
한편 유휴공간은 업사이클링 공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중요한데 건물의 일부나 전체를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채로 유지되는 공간을 말한다.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유휴공간은 포화된 도심 활성화에 큰 장애의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유휴공간을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여 미래의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인식들이 점차 늘고 있고, 많은 기업과 사회적 단체들에서 지역적 특색을 가미한 공간에 목적에 맞는 공간 업사이클링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들이 늘고 있다. 현재 업사이클링의 개념이 건축과 공간에 확장되어 활용성이 낮아진 건축물이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활용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버려지는 유휴공간의 개념으로 볼 때 공간이 수명을 다했지만 현재의 필요한 맥락에 의해 새로운 기능을 얻어 재탄생하게 됨을 의미한다.
자원순환도시 서울시 비전 2030의 시작
이러한 현상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하며 공간 업사이클링을 통해 디자인의 조형적, 기능적, 경제적, 환경적인 요소들이 사회적 측면에서 긍정적이게 반영되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자원순환도시 서울시 비전 2030’을 토대로 미래감성도시로의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을 확산하는 업사이클링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인식을 넓히고 있다. 친환경 푸른 도시 일원으로 업사이클링의 기반 산업의 발전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 그럼 서울시 내에 공간업사이클링 장소로 핫한 몇 가지 공간을 사례로 들어보겠다.
1. 성수연방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 |
1F – 라이프스타일숍 ‘땅꿀 스토어’ |
2F – 서점 ‘아크앤북’ & 식재료 공유공장 ‘팜프레시 팩토리’ |
3F – 온실카페 ‘천상가옥’ |
낡은 화학공장이었던 곳을 그대로 보존해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대표하는 성수 연방은 옛 공장 건물 두 동을 연결해 베이커리, 카페, 레스토랑, 편집숖 등 개성 있는 브랜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생산과 판매를 함께 하는 공간이다. ‘ㄷ’자형 구조로 가운데는 마당처럼 뚫려 있고, 2층과 3층에 발코니 복도를 두어 마당과 건물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어 개방감을 살렸다. 건물 내부에는 개성 있는 맛집, 카페, 숍 등이 위치하여 성수 연방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다. |

2. 보안여관
보안 1942 |
서울 종로구 통의동 2-1 |
(구) 보안여관, 보안 1942 |
B2F – ART SPACE BOAN 3 |
B1F – ART SPACE BOAN 2 |
1F - 33MARKET Cafe |
2F - BOAN BOOKS |
3F- BOAN STAY |
4F - BOAN STAY/ 다실 ‘ONGJAE‘ |
통의동 보안여관은 1942년부터 2005년까지 약 60년간 수많은 나그네들이 머물다가는 쉼의 공간이었다. 옛날 건물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구) 보안여관 건물과 새롭게 지어진 보안 1942 건물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구) 보안여관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으며, 보안 1942는 카페와 서점, 스테이가 있다. 무인 숙소로 운영되는 보안 스테이는 여행자들에게 서울 속 멋스러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

3. 문래창작촌 올드문래
문래창작촌 올드문래 |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2가 |
1F – 펍, 카페 |
철공소-창작촌-카페 중첩되어 있는 곳인 문래동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방직 공장이 들어서면서 형성됐고, 해방 이후 방적 기계인 ‘물레’에서 동네 이름이 유래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철강 공장과 철재상들이 넘쳐나 호황을 누렸지만, 철강 산업이 점차 기계화되고 중국산 부품이 몰려오면서 문래동은 쇠퇴하고, 그 빈 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예술가들. 천장이 높고 임대료가 저렴하며 서울 시내와 멀지 않아서 작업실로 매력적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은 문래예술공장 같은 공공기관이 들어오면서 더 활기를 찾게 되었다. |

4. 행화탕
행화탕 |
서울 마포구 아현동 613-11 |
B1F – 복합문화공간, 카페 |
1F – 데스크 |
2F - 공연, 전시, 세미나, 워크숍 |
행화탕은 1958년 지어진 건물로 목욕탕으로 운영되다 2008년 문을 닫았다. 이후 아현동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며 방치된 공간에 ‘예술로 목욕합니다‘를 모토로 각종 전시와 공연, 실험적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된다. 1990년대 후반 전기나 가스보일러의 사용이 주를 이루면서 목욕탕의 굴뚝은 제구실을 못 하고 그 기능까지 상실하게 되었다. 2016년 문화 예술 콘텐츠 기획사 ‘축제 행성’의 손을 거쳐 카페와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

5. 윤동주 문학관
윤동주 문학관 |
서울 종로구 청운동 3-100 |
1F – 시인채(제1전시실), 열린 우물(제2전시실), 닫힌 우물(제3전시실) |
외부 - 별뜨락 카페 (휴식공간) |
시인 윤동주(1917-1945)는 연희전문학교 시절, 종로구 누상동에서 하숙 생활을 했으며 인왕산에 자주 올라 시정(詩情)을 다듬었다. 이런 인연을 살려 종로구는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있던 청운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하여 '윤동주 문학관'을 만들었다. 가압장이란 느려지는 물살에 대해 압력을 가해서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수도 시설로 윤동주의 시는 상처받고 지친 영혼이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영혼의 가압장과도 같다. |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복고 향수는 문화 트렌드로 떠올랐고, 이런 향수로부터 더 나은 세상을 갈망하고 예전 방식의 삶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을 우려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회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로 공간의 재료 변화가 없는 과거 이미지를 통한 시공간적 여행은 무위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방문객을 극대화시킨다.
현대인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과거 유토피아로의 회귀적 공간업사이클랑 장소는 단순히 역사의 재현이 아닌 역사적인 모든 요소들의 융합과 절충을 통해 이루어 나타난 형태로서 시대적 정신과 함께 심미적 요소도 간과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 오래 보존하기 위한 소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방법도 함께 도모되어야 할 것이다.
본 글은 2022년 8월 실내디자인학회에 게재된 저자의 'A Study on Space Upcycling Design Characteristics in Retrotopia Concept'의 내용 중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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