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리뷰

공간디자인을 하면서 배운 101가지

디자인홀릭스 2022. 12. 29. 12:14

2022년 9월 출간된 신작으로 맥북 15인치 보다 작은 손안에 들어오는 작고 귀여운 책이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이 가로형 책이라는 것이다. 가로가 더 넓은 스타일 책은 디자인 서적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소설이나 입문서에서는 드물기도 하다. 이 책은 언제보는 것이 좋을까? 생각했다.

1.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롭지만 의미있느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 훌훌 넘겨 읽다보면 한권이 끝날정도로 읽어야할 텍스트는 많지 않지만 생각해볼 수 있는 중요한 요점만 짚어냈다.
2. 공간디자인에 관심있거나 공부하는 사람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 = 책이 이쁘기 때문에 받는 사람에게 순간 미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중요한 내용들을 하나 씩 살펴보자!

 
김석훈 지음, 동녘


사이의 비어 있는 곳, 공간 空間. p.1
'공간'이라는 단어를 한자어의 뜻 그대로 직영해보자면 '사이의 비어 있음'을 뜻한다. 비어 있다는 것은 불완전한 상태를 말하며, 하나씩 채워지면서 완전하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채워나가는 것에 정답은 없다. 각자의 소신과 믿음대로, 때로는 각자의 느낌대로 채워나가면 되낟. 채우는 방법에 정답이 없듯, 채움에 대한 정답 또한 없다. 각자의 몫이다.

가구는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p.5
공간 안에는 당연히 가구가 있어야 한다.공간은 바라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이 경험하고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가구가 의도하는 신체 자세에 따라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가구를 어떻게 연출하는지에 따라 하나의 공간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공간 소유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가구 선택이 달라지며, 선택된 가구들의 배치에 따라서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공간에 담긴다. 가구를 통해 비로소 온전한 공간이 되는 셈이다.

자연 속 공간, 공간 속 자연.p.10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고, 사람을 위한 공간 또한 자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건 축이론가 마르크앙투안로지에(Marc-Antoiine Laugier)가 1775년 낸 책 <건축에 대한 에세이 Essai sur L'Architecture>의 권두 삽화 frontispiece인 <원시오두막 The Primivive Hut>에서 엿보이듯, 사람의 첫 공간 경험은 비, 바람, 추위로부터 피하기 위해 자연의 재료로 만들어낸 피난처이자 은신처임을 상상해볼 수 있다. 더욱 견고한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재료들이 등장하면서 지금처럼 단단한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들어냈다. 한편으로 사람은 자연과 멀어지면서 그리운 자연을 조금이나마 가까이하고자 식물을 공간 안에 들이고, 자그마한 규모여도 본인의 정원을 가꾸려 한다. 이는 테라스 공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많아지는 이유와도 맞물린다.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해야 한다.

공간의 목적은 프로그램으로 구현된다.p.14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는 어떤 공간들이 있는가? 일반적인 아파트를 생각한다면 집에 들어서자마자 현관이 있고, 현관을 지나면 넓은 거실이 있다.거실과 맞물려 식당과 부엌이 자리 잡고 있으며, 거실을 기점으로 방들이 분산되어 있다. 각각의 공간 영역은 이렇듯 서로 다른 성격과 고유의 목적이 있는데, 이를 분류해 개념화환 것이 공간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배치는 공간의 공간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위계에 따라, 그리고 연결성을 고려해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한 목적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이와 연계된 프로그램들의 중요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간이 배치된다. 사람은 그런 프로그램들의 배치 안에서 주어진 공간의 성격에 따라 행동하고 생활하게 된다.

동선은 이야기의 흐름이다. p.15
동선이란 사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무형의 선을 뜻한다. 디자이너는 공간의 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이를 연결하는 동선을 함께 고려한다. 이때 어떤 프로그램들을, 혹은 어떤 공간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경험하도록 유도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동선을 기획하게 된다. 쉽게 말해, 동선은 공간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단위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p.19
'한 뼘', '어깨너비', '키', '눈높이' 등은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길이를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단위다. 과거에는 손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의 간격을 나타내는 '자'나 '척', 또는 한 걸음을 뜻하는 기준인 '보'를 사용했고, 미국에서는 아직까지도 한 발 길이를 뜻하는 '피트 feet, ft'나 어른의 엄지손가락 너비를 가리키는 '인치 inch, in' 를 사용한다.
1인치 inch, in 2.54센티미터
1차(척) 척尺 30.3 센티미터
1피트 ft 30.48센티미터

스토리텔링으로 동선을 구상한다.p.34
스토리텔링 storytelling이란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소설의 경우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와 위기, 그리고 해소를 통한 마무리로 이어지면서 줄거리가 기승전결에 따라 연결되어 펼쳐진다. 공간에서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간과 이를 꿰뚫는 동선이 연결된다. 이렇게 구성된 공간을 마주한 사람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입 공간을 시작으로, 동선에 따라 펼쳐지는 공간들을 연속적으로 경험한 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공간을 만나면서 공간 경험이 극대화된다. 이런 식으로 디자이너가 구현한 스토리텔링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공간은 디자이너의 수만큼 존재한다.p.83
공간디자이너는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다. 정답 따위란 애초에 없는, 하얀 캔버스같이 텅 빈 공간을 소신과 믿음에 따라, 때로는 느낌대로 채우는 일을 한다. 디저이너 각자만의 방식으로 채우기 때문에 각각의 공간이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디자이너가 많기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공간도 그만큼 다채롭고 풍요롭다. 디자이너는 여러 사람의 눈으로 평가받기 쉬운 직업이다. 하지만 애초 잘하고 못하고는 평가할 수 없다. 취향과 선호의 차이로만 존재한다.

디자이너는 자신과도 밀당을 한다.p.87
좋은 디자이너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한다. 클라이언트와의 밀당, 협력사와의 밀당, 직원과의 밀당, 심지어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도 밀당을 한다.

새로운 디자인은 당신의 아카이빙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p.89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아카이빙 archiving은 매우 중요한 습관이다. 아카이빙은 어떤 정보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을 말하는데, 디자이너는 자신이 습득하고 생산해낸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언제든 2차 재생산을 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작업해온 작품들을 아카이빙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본인이 쉽게 찾고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정리 방법을 정한 뒤 분류하는 게 효과적이다. 프로젝트의 규모, 공간 유형, 혹은 연도별로 정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프레젠테이션은 유혹의 기술이다.p.91
디자이너는 여러 이유로 클라이언트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게 된다. 프로젝트를 따낼 때,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제안할 때, 설계의 다음 단꼐로 넘어가기 위해 결정이 필요할 때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유혹의 기술은 달라야 하므로, 각 상황에 맞춰 프레젠테에션 전략을 다르게 짜야 한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나오는 문장들마다 주옥같다. 공감대 형성을 하기에 이만한 방법도 없다. 구입해서 읽는다면 내 생각도 정리해 적어놓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